철은 돌고, 나무는 자란다: 숲을 오래 쓰는 재료의 조건

핵심 요약: 철은 더 많이 순환되어야 하고, 플라스틱은 더 신중하게 쓰여야 한다. 그 사이에서 나무와 목질계 바이오소재는 모든 것을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탄소를 더 오래 붙잡아둘 수 있는 현실적인 재료로 다시 읽힐 필요가 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철과 플라스틱을 당연한 재료처럼 써 왔다. 하지만 온난화와 자원 문제를 함께 생각해야 하는 시대에는, 나무와 목질계 바이오소재가 그 빈자리를 어디까지 메울 수 있는지 다시 물어볼 필요가 있다.

철과 플라스틱, 그리고 나무는 무엇이 다른가

철은 현대 산업의 가장 강력한 재료 중 하나다. 처음 만들 때 많은 에너지와 탄소를 필요로 하지만, 한 번 사회 안으로 들어오면 반복해서 회수하고 다시 쓸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철은 더 많이 새로 뽑는 재료라기보다, 더 많이 순환되어야 하는 재료에 가까워질 것이다. 플라스틱 역시 오랫동안 값싸고 편리한 재료로 널리 쓰였지만, 원유 기반이라는 한계는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에너지 체계가 바뀌고 탄소 부담이 커질수록, 지금처럼 아무 데나 싸게 흘려보내는 재료로 남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그 사이에서 나무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지는 재료다. 나무는 공장에서 처음부터 에너지를 집어넣어 만들어내는 재료가 아니다.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그 탄소를 몸체 안에 저장하면서 자란다. 철의 순환이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나무의 순환은 저장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목재로 오래 쓰이고, 다시 쓰이고, 다른 목질계 바이오소재로 이어질수록 그 탄소가 대기로 돌아가는 시점은 뒤로 밀린다.

나무가 철과 플라스틱을 모두 대신할 수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나무가 철과 플라스틱을 모두 밀어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철처럼 모든 구조를 대신할 수도 없고, 플라스틱처럼 방수와 투명성, 정밀 성형이 필요한 모든 영역을 덮을 수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무를 단지 원목이나 고급 가구의 이미지로만 좁혀 볼 필요도 없다. 판상재, 섬유판, 목질 복합재 같은 목질계 바이오소재까지 시야를 넓히면, 나무는 이미 생활재와 내장재, 포장재, 건축의 일부 영역에서 충분히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목질계 바이오소재가 아직 막연한 미래 기술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합판과 각종 판상재, 집성재, 목재 팔레트처럼 널리 쓰이는 재료들이 있고, 그 위에서 앞으로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CLT 같은 매스팀버, 셀룰로오스 나노섬유, 리그닌 기반 수지처럼 성능과 탄소 문제를 함께 다시 묻는 차세대 바이오소재들이다. 특히 CLT를 포함한 매스팀버는 작은 직경목을 결합해 구조재로 쓰는 방향과 연결되기 때문에, 목재를 단순 내장재가 아니라 구조와 도시의 재료로 다시 보게 만든다. 즉 나무의 가능성은 원목을 그대로 쓰는 데만 있지 않다. 가공과 설계를 통해 필요한 성능과 사용 수명을 확보하면서도 탄소를 더 오래 붙잡아두는 방향으로 재료 체계를 넓혀 가는 데 있다.

매스팀버 고층 건물 공사 현장 복도. 미국 산림청 공식 기사 이미지.
CLT 같은 매스팀버는 작은 직경목을 구조재로 확장하는 대표적 사례다. 사진: USDA Forest Service / Ellie Lazarcik

우리의 목재 이용 구조는 여전히 수입 의존이 크다

산림청의 2023년 목재수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목재자급률은 17.4%에 그쳤고, 원목자급률은 64.1%였다. 원목 단계에서는 일정한 국내 공급이 가능하더라도, 전체 목재 이용 구조는 여전히 수입 의존이 크다는 뜻이다. 그래서 목재 문제는 단순히 나무를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목재를 어디에서 들여와 어떤 구조로 오래 쓰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재료강점한계앞으로 더 중요해질 점
재활용과 규격화에 강함높은 초기 에너지와 탄소 부담철스크랩 순환 확대
플라스틱가볍고 싸고 성형이 쉬움원유 의존, 과잉 사용 문제꼭 필요한 곳에만 정교하게 사용
나무·목질계 바이오소재자라면서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 가능품질 편차, 유지관리 필요오래 쓰는 구조와 반복 가능한 활용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오래 쓰는 구조로 바꿀 것인가다

중요한 것은 순수 목재만을 고집하는 일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재료가 더 오래 쓰일 수 있는지, 더 적은 에너지로 순환할 수 있는지, 더 늦게 탄소를 되돌려보내는지 묻는 일이다. 원목이냐 집성목이냐, 국산재냐 수입재냐만 따로 떼어 도덕 문제처럼 볼 일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목재를 값싼 소모품처럼 빠르게 쓰고 버릴 것인지, 아니면 숲의 시간과 연결된 재료로 더 오래 다룰 것인지에 있다.

이쯤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나무가 철과 플라스틱의 일부를 대신할 수 있느냐만이 아니다. 숲에서 나온 목재를 다시 숲 안의 관리와 생산, 체험의 구조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도 함께 물어야 한다. 결국 숲을 오래 쓴다는 것은 재료를 바꾸는 일만이 아니라, 그 재료를 한 산지 안에서 더 오래 쓰고 다시 쓰는 체계를 만드는 일에 가깝다.

이 글과 함께 읽을 만한 글로는 나무 한 그루와 숲 1ha는 얼마나 탄소를 흡수할까, 산불과 임도, 그리고 배수가 있다. 앞의 글이 숲의 탄소를 숫자로 읽는 글이라면, 이 글은 그 숫자가 결국 어떤 재료와 구조의 문제로 이어지는지를 묻는 글에 가깝다.

출처 메모: 산림청 2023년 목재수급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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